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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 다정한 편견 - 손홍규 다정한 편견 손홍규 어쩌다 보니 손홍규 작가의 산문만 두 권을 읽는다. 이 책은 작가가 몇 년전 매일 경향일보에 썼던 글들을 묶은 책으로, 몇몇 글들은 쓰기 위해 쓴 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삶과 이웃에 대한 다정한 작가의 생각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 시간이 지날수록 초라해 지는 목록 * 돈보다 소중한 것을 얻게 될테니, 살면서 다시 만나기 어려울 환대 * 내년엔 그 할아버지가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단다. 지나고 나서야 몸서리처지게 그리워 질 내 유년의 한 컷들 * 최선을 다 했으나, 그 일이 헛되고 헛된 일이 되었을 때처럼 낙심하며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순간들을 살아가는 동안 되풀이 하며 겪을 수 밖에 없다. * 우리 ..
2020.08.03 -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어느 밤, 친구가 같이 영어 학원을 다니자고 했다. 영어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빠듯한 가정 형편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친구에게 학원을 같이 다니기 어렵겠다고 거절을 했었다. 친구가 같이 다니자고 한 학원은 소수로 운영되았기 때문에 일정 인원 이상은 모집이 되었어야 했었고 사람이 부족했는지 그 친구는 끈질기게 같이 다니자고 설득을 했었다. 몇차례 거절을 했지만, "지금의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줄업 후 대학교 입학할 때, 직장을 구할 때 하는 후회보다 낫지 않느냐" 는 친구의 말에 결국 못이기는 척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늦은 밤에 진행됐던 수업이었기 때문에, 거리에 차가 다니지 않는 깊은 밤에 수업이 끝났었..
2020.07.20 - 우황청심환 우황청심환 뭘 해도 자신감이 없던 취업 준비생 시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몇 달전 아무런 준비 없이 봤던 인턴 면접에서 "너무 준비를 안해오신거 아니냐" 라는 면접관의 기분 나쁜 말을 들어서 인지, 면접 가기 전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고 지나치게 긴장을 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어머니께서는 우황청심환을 사 주시며 부담 가득한 응원을 해 주셨다. 처음 먹는 우황청심환의 맛은 약간의 쓴맛과 은단 냄새가 났었다. 우황청심환의 효과인지, 면접 장소에서는 평소보다 떨지 않았었고 면접관과 가벼운 농담을 하며 훈훈한 분위기로 면접을 마첬었다. 면접 후에도 우황청심환의 약기운은 떨어지지 않았고, 기분 좋은 상태로 집에 가기 위한 지하철을 탔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은 마침 퇴..
2020.06.01 - 초라함 초라함 어제 서울 결혼식에 참석한 이 후부터 다음날인 지금까지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 감정이다. 남들 보기에 지극히 평범한 인생일텐데도,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어제 참석한 결혼식의 다른 하객들이 다 잘났거나, 아님 열등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언제 어디서나 주눅들어버리는 나의 내면이 문제이거나,,, 누군가는 아무런 의미 없이 하는 말에 상처를 입어버리고, 기분 나빠해버리는 평소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후자인 나의 내면이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2020.06.02 - 여름 여름 길가에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는 여름이다. 퇴근하는 길 향긋했던 아카시아 향기가 사라지고, 곳곳에 핀 장미를 보니 이제 여름이, 더위가 시작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내 나이가 계절로 치자면, 빨간 장미가 피고, 슬슬 더워지는 지금 이순간쯤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첬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었던 연두색에 가까운 연약한 초록색에서, 장맛비를 맞고, 더위를 견뎌야 하는 단단한 녹색의 계절.
2020.06.14 - 우산 없는 퇴근길 우산 없는 퇴근길 아침에 다소 늦잠을 자서 급히 준비하느라, 비 소식을 알았음에도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퇴근할 때 비가 안오길 바랬건만 역시나 비가 온다. 비를 맞으며 퇴근을 하는 길에 문득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났다. 우산을 챙기지 못한 날, 점심시간쯤 때 부터 수업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내리던 소나기. 청소하던 창 밖에는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친구들의 부모님으로 붐비던 교문 앞. 부모님은 한창 일할 낮시간이었고, 차마 할머니에게는 데리러 와주시면 안되겠냐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산으로 붐비던 그 곳에 혹여나 할머니가 있을지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감으로 교문앞을 나섰지만, 수 많은 우산 속에는 역시나 할머니는 없었고, 홀로 소나기를 맞으며 집으로 가는 길은 쓸쓸했다. 평소 ..
2020.07.05 - 앞으로의 인생을 영화의 장르에 비유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을 영화의 장르에 비유한다면? 어제 누구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렸을 적에는 좋은 대학 입학만이 인생의 목표였고, 대학을 입학한 후로 부터는 인생의 목표가 상실된, 10년 후,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고, 과거의 모습에만 머무르는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다.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왜 이렇게 무료하게, 살아야 하니까 살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살고 있을걸까,, 누군가의 아들, 손자로써 살아야 하는 의무, 딸아이와 아내를 돌봐야 하는 가장으로써의 의무로 사는 삶이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잠시 동안 고민하고, 나의 삶은 이렇게, 가족을 향해 있다는 결론을 내려서 질문자에게는 휴먼드라마, 가족드라마 라고 답을 하였다. 의무로..
[202006]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가면 속에 숨겨진 진짜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우아하고 지적인 내면의 모습과 달리, 무뚝뚝하고 무신경하고 무식하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보이길 원하는 아파트 수위 르네, 어린 나이이지만 속물적인 모습을 증오하며 조만간 자살을 계획을 가진 그 계획을 위해 자신의 뛰어난 천재성을 숨기고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지내는 팔로마.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을 보자니, 나 또한 내 본연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지 생각이 든다. 싫지만 내색안하고, 남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며 갈등을 피하고, 타인과 사회의 일상적인 통념에 나를 맞춰가는 삶. 백사장의 모래 한알처럼 수 많은 군중 속 일반적인 한 사람으로서만, 고유한 정체성 없이 ..